길환영 전 KBS사장·이정현 전 靑 홍보수석 검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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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KBS새노조, 방송법 위반 혐의…“정권 차원의 방송장악, 낱낱이 밝힐 것”

길환영 전 KBS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와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이들에 대한 고발을 시작으로 공영언론을 훼손한 자들의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언론노조와 KBS본부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길환영 전 KBS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방송법 제4조제2항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제4조제2항에서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고발에 앞서 KBS기자협회는 길 전 사장과 이 전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핵심 참고인인 김시곤 전 보도구장에 대해서 조사도 하지 않고 종료된 바 있다. 또 언론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도 길 전 사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 전 홍보수석을 방송법 위반과 형법상 직권남용죄・강요죄로 고발했지만 이 역시 책임자에 대한 처벌 없이 수사가 종결됐다.

수차례 고발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음에도 이번에 다시 길 전 사장과 이 전 홍보수석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것은 길 전 사장의 개입 의혹을 폭로해 징계를 받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길 전 사장의 방송 독립성 침해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장업무 일일기록’(이하 비망록)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며 길 전 사장과 이 전 홍보수석의 KBS 뉴스 개입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도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9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제기한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판결에서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길 전 사장이 KBS 뉴스와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지난 2014년 김 전 국장의 폭로를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하는 등 공적 책임을 지고 있고 (중략)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수정하여서는 안 된다”며 “KBS의 사장이라 하더라도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와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1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길환영 전 KBS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방송법 제4조제2항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고발 취지를 취재기자들에게 밝히고 있다. ⓒPD저널

언론노조와 KBS본부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과 비망록에 제시된 증거를 바탕으로 길 전 사장과 이 전 홍보수석의 보도편성 개입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성재호 KBS본부 위원장은 “이번에 고발장을 내는 이유는 KBS를, 공영방송을 권력의 하수인처럼 망쳐놓고 떠나버리면 그만이라는 그동안의 관행과 잘못된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함”이라며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마찬가지로, MB정부 이후 정치권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걸 보여주고자 함”이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현 고대영 KBS사장에게도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고 사장은 MB정부 말기 KBS 공정성과 편파성 논란을 일으킨 보도 총책임자로, 지난해부터 KBS사장에 앉았고,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라며 “이에 현 KBS 사장도 잘못했을 경우, 권력에 휘둘리고 KBS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임을 미리 천명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정부가 어떻게 앞장서서 언론의 자유를 유린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해치려 했는지 전모를 밝히는데 모든 힘을 쏟아나갈 것”이라며 “길환영 사장이 재임 시절 저지른 방송 독립성 훼손은 분명히 밝혀져야 하고 사법기관이 의지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밝혀줄 거라 믿는다. 언론을 수단으로 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강력히 저항하고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향후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과 KBS본부 파업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정황과 관련해서도 국정원을 국정원법 위반 및 언론노동자 명예훼손 혐의,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검찰은 언론사 파업 등 각종 이슈에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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